본문 바로가기

풀스택계발자/서비스 기획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 외주 업체를 만나면 겪는 상황

사업을 해본적 없는 대부분 사람들은 사업 아이디어만 있어도 대박 날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생각할수록 너무 대박이라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한다. 뺏길까봐.

 

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다 보면 열에 아홉은 포기 한다.

 

 

원격 프린팅 아이디어로 신사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기세등등 했다. 발표 중간에 서비스를 설명하는 타이밍에 무대 동선을 짜서 연출했던 게 스스로 생각해도 멋있었다. 상까지 받으니 스티브 잡스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업 VC 투자 심사역 심사위원들도 유일하게 실제 투자를 검토해볼만 하다고 했다. 지금이야 '미리 주문하고, 방문해서 수령만 하면 된다' 는 컨셉이 보편적이지만, 당시에는 사례가 없었다. (아직도 사이렌오더를 보면 가끔 내가 공개해둔 사업계획서를 참고했나 의심을 하곤 한다.) 내친김에 이걸 정식 서비스로 출시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가득했다. 

 

 

 

170519 8e print_축약본

대학생들을 위한 원격 프린팅 서비스 특정장소, 특정시간에 주로 출력하는 대학생들의 문서출력 패턴을 발견하고, 여기서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www.slideshare.net

 

 

마침 '스마트앱창작터'라는 정부지원 프로그램에도 선발되서 창업 지원금을 1천2백만원 받았다. 지원금에 신사업 경진대회 상금 3백만원, 개인돈 5백만원을 합친 2천만원을 들고 개발자를 찾아다녔다.

 

 

개발자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생이 만날 수 있는 개발자는 컴퓨터공학과 학생들 수준이었다. 경영학과 아웃사이더가 컴과에 아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컴과건물 1층 로비를 어슬렁 거리다가 컴과전공 책을 든 사람이 보이면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돌진하듯 무작정 다가갔다. 준비한 자기소개를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처음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와서 돈을 드릴테니 앱 개발을 해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아줄 사람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앱 개발 이라고 검색을 하다가 '외주 업체'라는 존재를 알게 됐다. 구로디지털단지와 강남 일대 외주 개발사들을 찾아다녔다. 업체를 만나볼수록 좌절감은 더 커졌다.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스펙들을 물어보는데, 내 지식은 즉흥 대답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개발자한테 아이디어랑 돈만 주고 부탁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공부하고 생각해야할 것 투성이었다. '앱으로 할지 웹으로 할지, Android 앱만 할건지 iOS앱도 만들건지, 웹으로 하면 브라우져는 어떤걸 할지, 주요 기능은 뭐뭐가 있는지, 프린터 기종은 정해둔게 있는지...'

 

기본적으로 정해야할 세부 스펙들을 정하고 외주업체 몇 곳을 다시 찾아갔다. 정리한 수준으로 개발하려면 2천만원은 택도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급, 고급 개발자가 몇명이 얼마동안 투입돼야 하는데... 프린터를 연동해서 하려면 설치 드라이브를 까봐야 하고... 블라블라..." 개발자에도 급이 있었고, 몸값도 비쌌다. "디자인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디자인까지 컨셉은 정하셨나요?" 질문이 이어졌다. "..." 착찹했다.

시급 6천원으로 모은 피같은 내 돈 5백만원까지 쥐어짠 2천만원으로는 어림 없었다. 돈을 더 구하거나 프로덕트 스펙을 조정했어야 했지만 당시 나는 예산을 감안한 서비스를 기획할 줄 몰랐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돈 없는 내가 분하기만 했다.

 


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갔다. 푸념을 한참 들어주던 친구는 다른 학교 개발팀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그 개발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2천만원에 만들어 주겠다는 답변이 들려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비스를 만들어줄 개발팀 친구들을 만난 첫날 사업계획서를 보여주고 서비스 컨셉을 설명을 했다. 외주 업체를 만나며 정리한 스펙들도 함께 공유했다. 이 친구들은 디자인도 다 해줄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단, 서비스 화면 기획은 내가 해서 넘겨줘야 한다고 했다.

 

'서비스 화면 기획?'